가을 벌레소리 -김명순 비 그치고 뭉텅 뭉텅 빠져나간 여름 꽃자리 밤마다 그 아래 가을 벌레가 와서 울었다. 벌레소리 내게 묻는다. 네 마음 씨앗처럼 단단해졌는가. 너는 그 많은 날을 어느 길에 흘렸는가. 내일만을 꿈꾸다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매 순간 아낌없이 살고 있는가. 너는 정령 누구인가. 잠자는 동안에도 마음이 끌리는 오래 전 내 배로 낳은 아이들 어디에 그 자국이 있는가. 나는 정말 한때 젖을 물렸던 어미였던가. 가을 벌레우는 소리 세상을 모두 잠재우고 내 영혼만을 깨운다. 나는 무엇이었을까. 나고 자란 곳도 ,피붙이도 없이 지상에 홀로 억류된 들짐승이 아니었을까. 추워지는 밤 더러운 벽에 기대 잠을 청하던 고아처럼 그 벌레소리 서러워라.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세상과 나는 함께 깨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