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버릇
차주일(1961~ )
추억하는 건 늙지 않기 위해서죠.
훗날 당신 돌아왔을 때
바로 나 알아볼 수 있도록
그 찰나를 위해 내 여생을 바치고 있죠.
바라보는 것만으로
당신 가둘 수 있었던 내 눈,
이제 깜박여야만 당신이 와요.
추억은 고통스러운 문장이지만
주인공이 사라지는 건
비극보다도 더 비극적이죠.
당신 모르겠군요.
하루에도 수백 번
눈 질끈 감는 새 버릇을요.
당신의 뒷모습을 잡아둘 방법은
나를 빨리 늙게 하지만,
오늘도 눈 질끈 깜고 당신 뒷모습을 외워요.
눈주름이 당신을 동여매고 있네요.
내 눈물 쓸어주던 당신 손등도
내 표정을 쥐고 늙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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