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에토벤 선생님

[스크랩] 뒷북

schubert 2014. 11. 27. 11:12

 

 

 

 

 

 

 

 

 

 

 

 

 

 

 

 

 

 

 

 

 

 

 

 

뒷북

  

황동규

 

 

 

지난 30년간 늘 그랬듯 밤 11시,

읽던 책 덮고, 화초 물 주듯 위와 뇌에 술 좀 뿌려 주고

자리에 누웠다.

 

잠이 오려는 기척이 없다.

도중에 총신대 네거리에서 길이 막혔나?

지금쯤 정체는 풀렸을 텐데. 몸 한참 뒤척이다

일어나 불 켜고 책상에 앉아

들뢰즈와 지젝을 번갈아 뒤적이다 행들이 엇갈리기 시작해

이제 오는군, 다시 불 끄고 누워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보름 며칠 전 동해안에는 눈 내리는 밤바다 속을 들여다보려다

축대에서 떨어져 등을 다쳐

마을버스 타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 받던 일 어제 끝내고

오늘은 오랜만에 이발을 하고

오는 길에 약방에 들러 파스를 샀지.

그밖에 무얼 했나?

종일 반듯이 눕거나 방석으로 허리 받친 소파에 앉아

음악 듣고 텔레비전 보다 졸고,

그러다 정신 차리고 책 몇 장 넘기다가 오늘은 이만,

마티니 한 잔 반 만들어 마시고 이 닦고 누웠는데

영 잠이 오는 기척이 없다.

 

다시 불 켜고 책들의 표지를 맨눈으로 더듬다가

정신이 번쩍,

벗어 논 손목시계 작은 얼굴 들여다보니 10시 15분 전

9시를 11시로 술 마시고 멋대로 잠을 불렀구나.

등어리도 등어리지만 요새 나 정말 왜 이러지?

 

불을 켜니 겨울밤답게 엉성한 거실,

텔레비전 다시 틀려다 말고 몸이 시키는 대로 방에 돌아와

등어리 땅김 반 뼘씩 늦추며

절하듯이 조심히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책장 아래 칸에서 테킬라 병을 끄집어내

거실로 나와 유리잔에 넉넉히 따른다.

황금빛이 어른어른댄다.

 

안주로 핥을 소금을 손등에 바르는데 밖이 어수선

누군가 못참겠다는 듯 창에 대고 웃음을 탁탁 터는지

싸락눈이 방 공기를 대책 없이 건들거리게 하는구나.

가만, 한 모금 마신 잔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번번이 벽에 부딪쳐 열 번 넘게 쓰다 던져두었던

두 달 씨름해온 미완성 시가 형광등 빛을 띠고 있다.

 

방에 돌아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니

시 행들이 먼저 춤추며 나서는구나.

이거 금요일 밤 홍대 앞인가,

젊은이들 노는 데 잘못 들어온 거 아냐?

허나 몇 달 묵은 시도 춤추려 나서는데

잘못 들어왔더라도 그냥 나갈 수야,

뒷북이라도 치자꾸나.

 둥둥, 2미터 아래로 떨어진 건 꿈꾸듯 세상 뛰어내리기.

둥둥, 뛰어내려 보니 언뜻 몸 낮춘 세상

막혔던 시의 불빛 보이누나, 둥둥,

하, 0미터 높이서도 뛰어내리자, 둥둥둥

 

 

 

 

 

 

 

 

 

 

 

 

 

 

 

 

 

 

 

 

 

 

베토벤 / 첼로 소나타 3번

Cello Sonata No.3 in A Major Op.69

 

 

 

 


3악장 Adagio cantabile - Allegro vivace
Jacqueline DuPre, Cello

 

 

 

 

 

 

 

 

 

베에토벤의 5개 첼로 소나타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1808년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작곡되었다. 힘과 정열에 신선한 기

품이 넘치며 이전에 비해 훨씬 넓어진 음역, 두 악기의 장대하고 긴밀한 구성력을 지닌 고금의 첼로 소나타의 걸작이다.

이 작품의 첫 악장을 들어보면 한 고독한 산보자가 인생과 예술에 대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사색에 잠겨 천천히 들판을 거

닐고 있는듯한 모습이 연상된다.

 풍성한 자연은 그에게 넓고도 너그러운 품을 제공한다. 베토벤이 아직 청각을 완전히 상실하기 전 그는 숲과 언덕등

자연의 품에 대한 찬미의 말을 여러차례 피력한 바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신비, 그것에 대한 느낌을 이상화한

 것이 교향곡 6번 「전원」이라면 이 첼로소나타 3번은 그것의 축소판이라고 할수있다

Op.69의 제 3번 첼로 소나타는 교향곡 <운명>(op.67), <전원>(op.68)등이 작곡되었을 무렵 그가 갖가지 고통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예술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던 중기에 쓰여진 곡이다. 격정과 깊은 명상이 얽혀 솟아오르는가 하면 어느새

 명상속으로 침잠하는 절묘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가 황홀하게 손을 내밀면 첼로가 가만히 그 손을 잡듯이

대위법적 처리로 서정성이 넘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 서주를 가진 3악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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