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

[스크랩]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 24번

schubert 2013. 12. 5. 01:24

 

 

 

 

 

 

 

 

  

 

 

 

 

 


무량수전 지붕부터 어둠이 내려앉아

 

안양루 아랫도리까지 적셔질 때까지만 생각하자

 

참고 참았다가 끝내 웅얼거리며 돌아서버린

 

첫사랑 고백 같은 저 종소리가

 

도솔천으로 올라갈 때까지만 생각하자

 

어지러이 휘어돌던 길들 불러 모아

 

노을 비단 한필로 감아올리는 그때까지만 생각하자

 

아, 이제 어디로 가지?

 

 

 

 

  

저녁 부석사 / 나호열


 

 

 

 

 

 

 

 

 

 

 

 

 

 

 

 

 

 

 

 

 

“우리 중 누구도 타인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

이 연가곡의 배경은 눈 덮인 겨울의 황량한 벌판과 매섭게 불어오는 북풍, 얼어붙은 시냇물, 잎이 다 떨어진 채 서 있는 나무 등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각적으로 잘 묘사되어 작품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 이전의 가곡이 갖지 못한 대담함과 풍부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일은 단순한 가락을 지닌 가곡이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만, 슈베르트는 피아노 반주를 극도로 활용하여 훌륭히 그 목적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표현법은 훗날 독일 가곡 리트(Lied)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

이 연가곡의 모티프가 되고 있는 것은 고독과 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 아무리 괴로워도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과연 극복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슈베르트 자신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우리들 중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 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스쳐갈 뿐이다.”라는 슈베르트의 서글픈 독백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이런 생각은 표현 방식 자체는 다르다 할지라도 많은 사상가나 예술가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여기서 인간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를 회피하거나 왜곡한다 해도 그 본질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백조의 노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것은 결코 허무주의적인 자괴감이 아니며, 가장 인생과 삶에 밀착되어 있는 강한 현실주의 예술인 것이다.

 

 

 

 

 

 

 

 

 

 

 

 

 

 

 

 

 

 

 

 

 

 

 

 

 

 

 

 

 

 

                           

 

 

 

 

모두 24곡의 노래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으로, 1827년 그의 나이 30세 때 작곡한 작품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뜻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기 4년 전인 1823년 뮐러의 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곡을 붙여 연가곡을 발표한 바 있다.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청춘의 서정과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작품이지만 <겨울 나그네>는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인 노래이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이듬해 1828년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황량하고 추운 들판을 헤매는 젊은이의 마음은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어느덧 까마귀, 여인숙, 환상, 도깨비불, 백발과 같은 죽음에 대한 상념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마을 어귀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악사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 길을 떠나자고 하는 데서 이 연가곡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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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곡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

 

이 노래의 마지막 곡이 담고 있는 정서는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보다 더욱 우리의 가슴을 지배하는

것은 한없이 길게 늘어진 여운이다. 형식적으로는 단순한 반복 구조인 A-B-A-B의 형태를 취한 후에

호흡이 긴 클라이맥스를 두고 있지만, 손풍금의 소리를 상징하는 피아노의 긴 오르간 포인트는 이 곡의

여운을 더욱 길게 지속시키고 있다. 희망이 소멸된 후 거리의 늙은 걸인과 함께 눈과 얼음으로 이어진

 길로 사라져가는 이 마지막 곡의 피아노 반주 저성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A음과 그 5도(E)가 긴 오르간

포인트로 계속된다. 그리고 최후에는 이 음이 희미한 여운을 남기며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또 희미한

기억 속으로 모든 것을 묻어버린다.

 

 

 

  마을 저편에 손풍금을 연주하는 노인이 서 있어

  곱은 손으로 힘껏 손풍금을 연주하고 있네

  얼음 위에 맨발로 서서 이리저리 비틀거리네

  조그마한 접시는 언제나 텅 비어 있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네

  개들은 그를 보고 으르렁거리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네

  오로지 연주를 계속할 뿐, 그의 손풍금은 멈추질 않네

  기이한 노인이여, 내 당신과 동행해도 될는지?

  내 노래에 맞추어 당신의 손풍금으로 반주를 해줄 순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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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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