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은근히,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다. 발아래 웅크리고 있던 봄의 전령사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얼어붙은 땅을 깨고 꽃눈을 틔운다. 옛 헝가리 전설에 깊은 땅 속 푸른 수염의 신령이 자신의 수염을 땅 위로 돋아나게 해 봄의 새싹을 만든다고 하였다. 이렇듯 봄의 신령은 칙칙하고 어두운 대지의 색깔을 단번에 화사한 다홍의 빛깔과 연푸른 색채로 물들여 놓는다. 눈덮인 산록에도 봄이 찾아왔다. 목동은 서둘러 축사 문을 열고 양들을 밖으로 내어 몬다. 아지랑이 가물대는 대지에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 양들은 기지개를 펴며 솜털처럼 돋아난 새순을 핥고 다닌다. 양치기 청년은 산등성이 바위에 앉아 신록을 바라보며 지난 날 연인의 이름을 크게 외쳐본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는 그의 생애 마지막에봄을 찬양하는 노래를 지었다. 그가 생을 마감하는 1828년 10월에서 11월 사이, 그는 가장 비루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다. 샬리에리(Sallieri)의후임으로 Kapellmeister (교회 성가대지휘자)자리를 맡기를 원했으나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으며, 생계를 위해 작곡한 악보 또한 출판사에서 발행하기를 꺼렸다. 차디찬 방 안에서 병들어 죽어가던 그를 찾는 이는 몇 명의 가난한 친구들 밖에 없었다. 절망적이고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봄빛 태양을 꿈꾸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명곡이 바로 <바위위의 목동:Der Hirt auf dem Felsen>과 <우편 비둘기:Die Taubenpost>였다. 이 두 편의 가곡은 그가 죽은 후 출판되었고, 악보가 세상에 나온 지 훨씬 뒤에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슬픔은 나의 동반자요, 거룩한 친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그에게 슬픔은 숙명이자 그의 분신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를 보듬어 안아 맑고 푸르게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까닭에 가장 슬픈 시절 속에서 그토록 아름답고 화사한 악곡이 창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곱고 매혹적이나 화려하지 않으며, 온유하고 사랑스러우나 슬픔이 배어있다. 애끓는 상념과 진한 애수를 잔잔하고 유창하게 풀어낸다. 그의 음악은 대중적이면서 고귀한 매력이 있다. 깊은 슬픔이 내면적 숙고를 거쳐 걸러지고 순화되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바위위의 목동> 또한 생애 말년에 그의 가장 깊은 비애 속에서 솟아난 빛나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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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트힐
글쓴이 : 꽃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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