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오늘은 가곡의 왕으로 잘 알려진 슈베르트입니다.
가난과 고독을 평생 지고 살았던 슈베르트..
저도 이 글을 쓰며 왠지 그가 가엾어지고 그의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항상 굶주렸고 살아있는 동안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서러운 삶을 살다간 짧고 비참한 그의 생애.
적막한 뒤안길,그 외로운 여정.
춥고 적막한 겨울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잃은 한 남자가 연인의 행복을 빌면서 혼자 외로이 부르는 노래 얼어붙은 눈물,
보리수, 넘치는 슬픔, 고독, 희어진 머리, ...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원제는 겨울여행(Winterreise)입니다.
실연의 쓰라림을 가슴에 안고, 젊은이는 한겨울 이른 새벽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그 사랑을 잊으려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스산한 겨울 들판을 헤매는 그의 마음은 절망에서 차차 방심상태로 변하면서 죽음에 대한 상념이 교차합니다.
그리하여 동구 밖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떠돌이 악사(樂師)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 길을 떠나자고 하는 데서 어둡고 절망적인 이 가곡은 끝이 납니다.
작품번호 89. 1827년 W.뮐러의 시를 작곡한 것입니다.
이 글의 말미에 겨울 나그네 24곡 중 20곡까지의 가사를 구해 옮겼습니다.
또 하나 있지요. 낙엽지는 스산한 가을, 붉은 석양, 가슴을 쓸고 지나가는 허전한 바람,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나는 연인,
이런 가을에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리스트의 사랑의 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차이코프스키의 가을의 노래와 함께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들어야 한다는군요.
슈베르트는 샘솟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에 로맨틱하고도 풍부한 정서를 지닌 이채로운 작곡가였습니다.
19세기 독일 낭만파 음악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인 그는 1797년 1월 31일 빈 교외의 리히텐탈 초등학교 교장의 4째 아들로 태어납니다.
어머니는 장인(匠人)의 딸이었습니다.
사실 슈베르트는 12번째 아들이었으나 3명밖에 남지 않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다고 합니다.
이미 태어난 다음날 세례를 받았다지요.
그 즈음 초등학교 교장이라면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음악활동에 책임을 지고 있었으며, 제일 먼저 합창지휘자로 큰 임무를 맡고 있었던 터라 일찍부터 슈베르트는 음악에 접할 수 있었나 봅니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일찍부터 두드러져 8세 때 교회의 합창지도자들로부터 가창 .바이올린.피아노 .오르간 등의 기초적인 지도를 받고 11세 때 아름다운 소년 소프라노 음성을 인정받아 빈 궁정예배당의 합창아동으로 채용되어 국립 기숙신학교(寄宿神學校)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작곡법을 배워 작곡을 시작하였으며 16세 때 1년 과정의 교원양성학교에 다닌 후 아버지가 경영하는 학교의 저학년 수업을 담임하기도 하는군요.
그는 거기서 어머니가 없는(1812년 사망) 슬픔을 맛보게 됩니다.
아버지는 새 어머니를 얻는데 새 어머니는 다른 5명의 형제들을 낳게 되네요.
그는 17세 때 아마도 첫사랑을 경험하게 되나 봅니다.
짧은 생애 때문인지 모르지만 슈베르트의 연인에 대하여는 많이 알려지지 않네요.
아니면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서 몰래 마음속으로만 사랑한 건 아닐까요?
그가 다니던 교구교회에 테레제 글로프라는 이웃 상인의 딸이 있었는데 소프라노 독창을 아주 잘 하였다고 합니다. 슈베르트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는 결론이지요.
그녀에 대한 불타는 사랑은 그녀를 위하여 광대한 미사곡 F장조 D. 105를 작곡하였고 직접 그 곡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초등학교에서 본의 아니게 4년간 교사 노릇을 하던 슈베르트는 자유에 대한 유혹 때문에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와 친구 집을 전전하게 됩니다.
아마 엄한 아버지의 순종 요구도 그에게는 짐이 되었을 거구요 .
한창 사춘기인 15세 때 새엄마에 대한 갈등도 없었겠어요?
테레제 글로프와 연애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1819년에 약혼을 취소하게 되는군요.(그럼 약혼을 했다는 이야기네요.)
오선지를 살 형편도 안되던 그에게는 그의 음악적인 재능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죠.
건망증이 심해 자신이 쓴 곡들을 기억 못하기도 하던 그는 시간이나 돈에 대한 관념도 희박해서 친구들과 약속들을 종종 지키지 않았을 뿐더러 푼돈이라도 생기면 그 날 안에 친구들과 다 마셔 버리고 마는 식의 낭비벽도 있었다고 합니다.
악성 베토벤하고는 27세의 차이였는데 이미 15세 때부터 베토벤의 명성을 알게 되고 그 후 죽는 동안까지 그를 흠모하고 존경하였다고 전해 집니다.
슈베르트에게 놓인 상황은 당장에, 그리고 어떻게 보면 생애의 남은 나날을 통해 가장 불안정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이 무일푼의 젊은 예술가는 1년에 몇 차례나 거처를 바꾸어야 했고, 어떤 때에는 형의 집에, 또 어떤 때에는 아버지의 집에서도(두 차례에 걸쳐 그는 아버지의 집에서 여러 달 동안 살았다) 지내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학우들의 집에서 거처를 구했고 종종 그들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과 한 방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피아노도 구할 수가 없었고, 피아노를 위한 소품과 무곡, 기회 음악적 성악앙상블, 그리고 먹기 위해 필요한 작품은 말할 것도 없이 매일 규칙적으로 리트를 여러 곡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즈음 슈베르트의 두 번째 사랑이 등장합니다.
21세인 1818년 한 해 동안 슈베르트는 에스터하지 백작의 젊은 딸들에게 레슨을 하는데 그의 두 딸 중의 하나인 카롤리네를 만나게 됩니다.
슈베르트는 그녀에게 뜨거운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의 몸을 파고든 병의 악화와 신분의 차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이루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몸을 파고든 병은 다름 아닌 매독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있어온 가난과 과로와 보헤미안적 생활 속에서 흔한 말로 하룻밤의 풋사랑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 이미 매독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상사상애(相思相愛)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슈베르트가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창나이가 되는 31세인 1828년 11월 초 갑자기 그의 병이 악화됩니다.
당시 형의 집에 머물고 있었던 슈베르트는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장티푸스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형과 친구들은 유명한 의사를 부르고 시중들 사람과 간호사도 불러 슈베르트의 병세를 잡아보려고 온갖 정성을 다하지만 당시 의학은 장티푸스를 고칠 능력이 없었지요.
아니 장티푸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왜냐구요? 흔히 고열을 동반하는 장티푸스의 증세와 달리 마지막 날까지 열이 없었기 때문에 대음악가들의 병력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서 말기에 이른 매독이 슈베르트의 사인이었고 뇌막이 상했다는 사실을 보여준 시체의 해부가 이것을 확인해 준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니체처럼 마비와 광기를 일으킬 뻔했었나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828년 11월 21일, 낙엽이 떨어지는 스산한 가을인가요?
슈베르트는 잠시 자신을 베토벤이라 착각하고 이 세상에 자신을 위한 장소가 아직 있는 지 몇 차례 묻는 착란을 일으킨 지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납니다.
거의 굶어 죽다시피 한 그의 침상에는 겨우 몇 푼의 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한해 먼저 사망한 벨링크 묘지의 베토벤 무덤 가까이 묻히고 두 무덤은 1888년 빈의 중앙묘지 일명<예술가의 판테온>로 옮겨집니다.
그의 묘석엔 이런 글이 새겨있답니다. "여기 음악이 풍요로운 보물로 묻혀 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희망도 묻혀 있노라“
슈베르트는 특히 베토벤을 깊이 존경하였다고 하죠.
베토벤이 숨을 거두기 1주일 전 슈베르트가 친구들과 함께 병상의 거장을 문안하러 간 일이 있다는 기록과 1827년 베토벤이 사망하자 그의 관을 메고 비가 쏟아지는 빈 거리를 지나가던 음악인들의 행렬 속에 횃불을 들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중에 슈베르트도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베토벤 역시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죽기 바로 직전에야 인정하게 되었는데, 죽음을 앞둔 그는 '왜 좀 더 일찍 슈베르트를 알지 못했던가'하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해에 슈베르트도 세상을 떠나는데, 혹시 하늘에 간 베토벤이 천국의 음악가가 필요하여 부른 것은 아닐까요?
베토벤의 장례식이 끝난 후 주점에 들른 슈베르트와 그의 친구들은 “먼저 간 분을 위하여, 그리고 다음에 갈 사람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우울한 건배를 하였습니다.
베토벤 바로 뒤에 세상을 떠난 음악인이 슈베르트였으니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건배를 든 것인가요?
신은 사랑하는 자를 먼저 데려간다는 말이 있듯이 슈베르트도 신의 요청에 의하여 쓸쓸히 젊은 심장을 잠재웁니다.
우리가 칭송하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의 성격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작곡과들과 마찬가지도 슈베르트의 음악에는 그 그만의 성격이 드러나 있기 때문입니다.
슈베르트의 성격으로는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성격을 들 수 있는데 어려서부터 엄한 아버지로 인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게 되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사교계에서도 무척이나 조용했다고 하는데 이런 내성적인 성격으로 독서와 음악을 통해 많은 착상들을 떠올렸고, 이런 착상이 떠오를 때마다 사색하곤 했던거죠.
그는 152센티미터의 작은 키에다 몸도 앞으로 굽었고 눈도 아주 나쁜 지독한 근시였으며(눈이 하도 나빠서 잘 때도 안경을 벗지 않았다 합니다) 안색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고 말솜씨마저 서툴러서 낯선 사람에게는 실례되는 행동을 많이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 앞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였다고 하죠.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가슴속에 남아서 아름다운 가곡들로 탄생시켜야 했던 여인... 정말 확실히 누군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여성이 그에게 분명히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그가 남긴 주옥같은 음악에 대해서입니다.
슈베르트가 매독에 걸린 이후, 그의 성격은 더욱더 내성적이고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스멀스멀 조여 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보다 그런 사실이 만인에게 발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후기 작품들 (D. 넘버 800이후)를 보면 특유의 우울함이 느껴집니다.
그가 25세에 작곡한 미완성 교항곡(Symphony No 8 "Unfinished" D. 759 in B minor)은 2악장으로 끝이 납니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미완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슈베르트 자신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마무리 지은 것입니다.
감미로운 선율과 자유로운 자기표현, 전편에 흐르는 로맨틱한 서정, 이 작품은 이미 낭만주의의 특성이 함축되어 있지만 정작 이 아름다운 곡을 슈베르트는 생전에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사후 37년 만에 초연 되었다죠?
특히 이 곡은 그가 매독증상으로 고통을 겪기 시작한 1822-1823년 말하자면 위기의 겨울에 작곡한 것으로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교향곡입니다.
브라암스는 “이 곡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내용이 충실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은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감동시키는 온화하고 친밀한 사랑의 속삭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대중적인 교향곡을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였습니다.
그의 곡에 대하여 슈베르트는 "나의 음악은 내 재능과 가난의 산물이지만 내가 가장 괴로울 때 쓴 작품을 세상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천부적인 우울함에다 인생의 무상함,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그리고 심화되는 병... 꼭 한번 들어보세요.
드디어 “겨울 나그네”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원제는 겨울여행이지요?
이 곡은 1828년 출판된 2번째 가곡집으로 밀러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으로 슈베르트가 가난과 병으로 시들어가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작곡한 어두운 곡입니다.
슈베르트는 이 시인이 33세의 젊은 나이에 죽은 해인 1827년에 작곡한 그의 최후, 최대의 걸작입니다.
그러나 그도 출판의 교정을 본 뒤 이 세상을 떠나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노인이 죽을 때를 아는 것과 같죠.
슈베르트가 죽음을 1년 앞두고 자기를 쫓아오는 운명의 그림자를 몰랐겠습니까?
실연의 고통을 않고 방황하는 젊은이의 처절한 고통을 노래한 슬프고 아름다운 곡, 우편마차소리에 전해 올 리 없는 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의 소식을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주인공의 마음을 노래한 13곡 "우편마차", 11곡 "봄꿈" , 마치 쇼팽의 장송곡과도 같은, 무덤을 여인숙에 비유한 21곡 "여인숙" 등 듣고만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많은 아름다운 곡들로 가득합니다.
슈베르트는 이 시 문구 하나도 생략하지 않고 24곡 전부에 곡을 붙였는데 아마 이 곡을 작곡하면서 눈물 속에 자기를 거쳐 간, 자기가 사랑한 여인을 끊임없이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가사를 읽어보면 말 그대로 애절합니다.
1곡 밤 인사
1절: 낯선 사람으로 여기에 왔습니다.
이제 세상을 버리고 혼자서 떠납니다.
어여쁜 꽃들로 가득 찬 지난 오월은 제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대는 사랑을 이야기했고,
그대 어머니의 마음은 조급해 혼인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은 모두 얼어 갈 길에는 눈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 얼어 갈 길에는 눈이 가득 차 있습니다.
2절: 갈 길은 멀고먼데 마음대로 가지 못합니다.
길조차 어두워 보이지 않군요.
한줄기 달빛만이 날 인도해 준답니다.
눈 덮인 광야에 사슴의 발자국 더듬어.
쫓겨난 이 몸 여기에 더 머물 순 없답니다.
쫓겨 난 이 몸 여기에 더 머물 순 없답니다.
3절; 사랑하는 이 머무는 주인집의 개도 따라 짖습니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인가요?
사랑이 변하는 게 하나님의 섭리인가요?
나의 사랑 그녀도 변했답니다.
그대 이제 안녕히 계시오.
그대의 고요한밤 깨울까 두려워 내 발자국 소리 조심해 떠납니다.
4절; 그대의 문에 이별의 인사를 적습니다.
그대 단잠을 깨어 읽어보소서.
그대의 문에 이별의 인사를 적습니다.
그대 단잠을 깨어 읽어보소서.
그대의 문에 이별의 인사를 적습니다.
그대 단잠을 깨어 읽어보소서.
그대 안녕히 계시오.
2곡 풍신기
바람이 불어 나의 사랑 그대의 지붕 위의 깃발이 휘날립니다./ 그 깃발은 지붕 위에서 나의 지나간 망상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깃발은 그 지붕 위에 서서 그 어여쁜 그대를 , 그대의 얼굴을 그 집 속에 사는 그대를 이미 다 알고 있겠군요./ 바람아 불어 내 마음 그 지붕 위에 덜뜨게 마라./ 내 괴롬 물어 무엇 하리오./ 아가씨는 이미 부잣집 약혼자인 것을./ 바람이 불어 나의 사랑 그대의 지붕 위의 깃발이 휘날립니다./ 내 설음 물어 무엇 하리오./ 아가씨는 이미 부잣집 약혼자 인 것을.
3곡 얼어붙은 눈물
얼어붙은 물방울이 내 볼에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 내가 울고 있었나요? /실로 내가 울고 있었나요? /아! 눈물은 나의 눈물은 식어지고, 굳어져 가고 얼어서 굳은 이슬이 됩니다. /눈물은 가슴속 끓는 고뇌를 마시고 나와 모든 얼음을 녹입니다. /모든 얼음을 녹입니다./ 끓는 가슴속 우물에서 나왔으니 /겨울의 얼음을 녹이듯 내 괴로움 다 녹이길 바랍니다.
4곡 동결
눈에 파묻힌 발자국을 찾아도 그 봄날 그대와 거닐던 자취는 보이질 않습니다./ 눈 위에 헛되이 발자국을 찾으려 하나 전날 그대와 거닐던 자취 찾을 수 없습니다. /그 날의 자취 찾고자 내 뜨거운 눈물로 모둔 눈을 녹여 없애리라/ 그리고 그 자리에 나의 입 맞추리. /그 날의 자취 찾고자 내 뜨거운 눈물로 모둔 눈을 녹여 없애리라 /그리고 그 자리에 나의 입 맞추리./ 어디에서 그 날의 꽃을 찾으리오./ 꽃은 다시 땅으로 들어가고 잔디조차 없습니다./ 꽃은 다 시들어 버리고 잔디조차 찾을 길 없습니다./ 물망초라 이름한 그 꽃이 여기에 있었던가?/ 내가 죽은 뒤 누가 그대에게 전해 주리오, /여기가 그대와 함께 이름 지은 곳인가? /얼어붙은 내 마음엔 그대 얼굴 얼어붙어 있습니다. /봄이 오면 내 마음도 녹아 그대의 모습 녹아 사라지겠죠.... /얼어붙은 내 마음엔 그대 얼굴 얼어붙어 있습니다./ 봄이 오면 내 마음도 녹아 그대의 모습 녹아 사라지겠죠.... /
5곡 보리수
성문 앞 우물곁에 서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아래 단꿈을 꾸었네. /가지에 희망의 말 새기어 놓고서 /기쁘나 슬픈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찾아온 나무 밑. /오늘밤도 지났네. 보리수 곁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 눈 감아 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같이 친구여 여기 와서 안식을 찾아라. /찬바람 물어 와서 얼굴을 스치고 모자가 날아가도 꿈쩍도 안했네. /오늘밤도 지났네. 보리수 곁으로 캄캄한 어둠 속에 눈감아 보았네./ 가지는 흔들려서 말하는 것같이 친구여 여기 와서 안식을 찾아라. 안식을 찾아라./
6곡 급류
내 눈에서 흘러내린 많은 눈물은 눈 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눈물의 차가운 조각들은 마치 갈망하듯 나의 타는 듯한 괴로움을 흡수합니다./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 할 때는 따뜻한 미풍이 불어와, 그 얼음 조각들은 급류에 녹아들고 부드러운 눈도 풀어지겠죠./ 누가 나의 그리움을 알리요, 오 눈아 너 어디로 흘러갈지 내게 말해 주렴./ 내 눈물 널 따르리./ 시내는 너를 속히 멀리 데려가리./너는 시내 따라 도시로가 활기찬 이 거리 저 거리 다니다,/ 내 사랑의 집 앞에 이르면, 넌 내 눈물의 뜨거움 느끼리.
7곡 냇물에서
즐겁게 흘러가는 너 맑은 냇물아,/ 그다지도 조용히, 헤어짐의 인사도 없구나./두껍고 딱딱한 얼음으로 너를 감싸고 모래 위에 차갑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길게 누워 있구나./ 내 딱딱한 돌로 내 널 감싼 얼음 위에 그녀의 이름과 그 시간과 그 날 새기리./ 먼저 그녀와 만난 날을 새기고, 그리고 그녀와 이별의 날을 새기리./내 맘 이 시내와 같음을 느끼네, 얼음 아래에는 격류가 용솟음치는구나.
8곡 회고
눈과 얼음 위를 달려도 내 맘은 뜨겁네./ 망루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진, 다시 숨쉬기조차 원치 않네./돌들 하나하나에 내 자신을 묻어버리고 급히 그 도시를 떠났다네./ 지붕마다 까마귀 떼 나에게 눈덩이를 차네./ 오 이 변덕스런 도시여 내가 이 도시에 올 때 얼마나 환영하였었던가?/ 그대의 불 밝힌 창가에는 종달새 두견새가 노래하네./ 무성한 보리수 피어나며, 시냇물 즐거이 흘렀고 사랑스런 그녀의 두 눈동자 빛났고 나의 눈동자도 빛났었네./ 그리운 그 날을 그려 볼 때마다, 다시 한번 돌아다보고 싶어 말없이 그녀의 집 앞에 서있네.
9곡 도깨비불
험하고 깊은 바위틈에서 난 도깨비불에 홀렸네./ 어떻게 나갈 길을 찾든지 내 마음은 무겁지 않구나./ 난 곧잘 길을 잃곤 했었지만, 모든 길은 목적지로 날 인도했다네./ 우리의 기쁨, 우리의 슬픔 이모든 것이 도깨비불의 장난감이라네./ 산골짝 마른 시내를 따라서 나는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가리./ 모든 시내는 바다로 연하고, 모든 슬픔은 무덤에 이르리./
10곡
휴식 이윽고 난 내가 얼마나 피곤한지 깨달았네./ 황량한 길을 걸을지라도 산책은 날 즐겁게 했었건만, 이재 누워 쉬고 싶구나./ 날씨는 서있기에 너무 추우나 내 발은 쉬기를 청하지 않는구나./ 바람이 불어와 내 등을 떠미니 내 등의 짐도 무겁지 않네./ 숯 타는 오막살이 작은 집에서,/ 난 쉴 곳을 찾았네./ 그러나 나의 손발은 풀리지 않고, 상처는 깊어만 간다./ 너, 황량하고 변덕스런 투쟁과 폭풍에 지친 내 영혼아/ 이젠 너 또한 침묵 속에 피어나는 죽음을 느끼는 구나./
11곡 봄꿈
오월의 꽃처럼 활짝 핀 꽃들을 꿈꾸었네./ 푸른 들판과 새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를 꿈꾸었네./ 그리고 닭 우는 소리에 내 눈 깨어보니, 날은 어둡고 추운 겨울, 지붕 위에 갈까마귀만 슬피우네./ 그러나 유리창엔 누가 잎사귀를 그려 놓았나./ 당신은 겨울에 꽃들을 보는 꿈장이를 비웃을지도 모르겠군요./ 난 아름다운 그녀의 꿈을 꾸었네, 난 마음껏 그녀에게 입 맞추었네, 난 환희와 즐거움이 가득찬 꿈을 꾸었네./ 그리고 닭 우는 소리에 내 눈 깨어보니, 여기에 나 홀로 앉아 지나간 꿈을 곰곰이 되뇌이네./ 내 눈을 감아 보니 , 다시 내 가슴 따뜻하게 두근거리네./ 잎사귀들아 새들아 너희들 창문에서 자라 실록으로 물들 때, 나 사랑하는 님 가슴에 품으리./
12곡 고독
미루나무 가지 사이로 부드러운 미풍이 불 때에 맑은 하늘을 가르고 지나가는 먹구름처럼,/ 즐겁고 행복한 인생길을 난 머뭇거리며 홀로 외로이 가네./ 아 바람은 잠잠하여 졌는가?/ 아! 세상은 그다지도 즐거운 것인가? / 폭풍우 치는 시절엔 난 이다지도 비참하진 않았었는데./
13곡 우편마차
길 저편에서 우편마차소리 들리는 구나./ 내 마음이여 무엇이 널 이다지 떨리게 하는가?/ 우편 마차에 네게 전해줄 편진 없는데,/ 내 마음이여 너 왜 그토록 두근거리는지 알 수가 없네./ 오! 저 우편 마차는 내 사랑하는 이 있는 마을에서 오는 것./ 내 마음아 넌 어떤 편지 있나 살펴나 보고 , 그곳 소식이라도 알고 싶은 게지?/
14곡 백발
내 머리 위 서리 끼어 펼쳐있네./ 마치 벌써 늙어 버린 것인가 기뻐했다네./ 그러나 곧 녹아 내 머리 다시 검어지겠지./ 내 젊음은 장례식이 너무 멀다고 탄식하네./ 황혼과 새벽사이에 백발 된 자도 많은데./ 그 누가 믿으랴? 이토록 오래 방황하는 내 머리 아직 희어지지 않았음을!
15곡 까마귀
마을을 떠날 때 날 따르던 그 까마귀 지금도 내 머리 위 이리 저리 나네./ 너 이상한 까마귀야 날 버리지 못하리./ 넌 여기 곧 네 먹이가 생겨 그 몸 쪼아 먹길 원하지 않는 가? / 자, 난 내 여행길을 계속 해야지./ 너 까마귀야 무덤에 이르기까지 너의 변치 않음을 보여 주렴아!/
16곡 마지막 희망
나무엔 여기저기 마른 나뭇잎들 보이네./ 난 생각에 잠겨 그 나무 앞에 서있네./ 한 나무를 바라보며 나의 희망을 그 잎에 걸어보네./ 바람은 불어 잎사귀는 흔들리고 , 움직일 수 없을 때 까지 나도 함께 떨고 있다네./ 아! 저 잎 땅에 떨어지면 내 희망도 함께 떨어지리./ 난 땅에 쓰러져 내 희망의 무덤 위에서 흐느낀다네.
17곡 마을에서
개들은 짖어대고, 목의 끈은 흔들리어 시끄러운데./ 사람들은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구나./ 그들은 가지지 않은 것들을 꿈꾸고,/ 좋고 나쁜 세상사들 중에 새로움을 찾는다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모든 것이 끝이 나겠지./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가진 것을 즐기고, 남은 희망은 아직 그들의 머리맡에 있구나./ 잠 못 들게 하는 개들아 나를 짖어 떠나게 하라./ 나로 하여 잠깐 잠깐의 쉼의 시간에도 안식을 얻지 못하게 하라./ 난 이미 모든 꿈의 끝에 이르렀나니,/ 왜 곤히 잠든 이들을 보고 나의 갈 길을 머뭇거리는가?/
18곡 폭풍치는 아침
폭풍이 어떻게 하늘의 회색 휘장을 가르는지 보라! 그 구름의 조각들 흩어져 힘없이 날리고,/ 붉은 불의 혀는 구름 사이로 비춘다./ 이것이 아침이라는 것인가? 아 내겐 정말 아름답구나. / 나의 마음은 하늘에서 자신을 그린 초상을 본다네./ 그것은 겨울! 차갑고 격노한 겨울인 뿐임을!/
19곡 환영
친구 같은 불빛이 내 앞에 춤추고 있다네./ 난 이리 저리 그 환영을 좇아가네./ 방랑자여 그것이 앞길을 비추는 데로 기쁨으로 따르라./ 아! 누가 이러한 환영을 즐거이 따르는 나처럼 가엾으리오!/ 환영은 얼음과, 어둠과, 쓸쓸함 아래로 사랑스런 것들이 머무는 즐겁고 따뜻한 집을 숨기고 있네./ 나의 유일한 성공은 환영에 있구나.
20곡 이정표
어찌하여 눈 덮인 바위산을 지나는 숨겨진 길 찾으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넓은 길을 피하였던가?/ 아무잘못도 없건만 난 사람들을 피하는 구나./ 무엇을 그토록 갈망하여 나는 들판으로 나아갔던가?/ 이정표는 길에 있어 나를 마을로 인도하건만, 난 안식할 곳을 찾아 쉬지 않고 방황한다네./ 거기에 한 이정표 있어 내갈길 안내한다네./ 내 갈 길은 한길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못한 길이라네./
가난과 병을 안고 이제 돌아가야 할(또는 떠나야 할) 운명을 곡으로 남길 때의 슈베르트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마음속으로 얼마나 흐느끼면서 이 곡을 작곡하였을까 눈에 선합니다.
이 곡을 담은 음반 중 호터의 노래와 무어의 반주가 일품이랍니다. 1954년도에 녹음된 것인데 슈베르트의 체념과 우수를 아주 잘 표현해냈다는군요.
다음은 오페라의 대가 베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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