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의 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 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로,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다. 자 봐라,
꽃피고 싶은 놈 꽃피고, 잎달고 싶은 놈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옳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출처 : 떠남의 자유~~~
글쓴이 : 유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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