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수필·詩

[스크랩] 윤석중 ( 동시모음 )

schubert 2015. 5. 28. 12:48

                                                       

          윤석중 동시모음 ( 52편 )                                                   

 

        윤석중

 

 

1911년 5월 25일 서울 출생
1942년 일본 상지대 신문과 졸업
1945년 주간 소학생 주간
1956년 새싹회 회장
1957년 소파상 제정
1961년 장한 어머니상 제정
1973년 새싹문학상 제정
1978년 예술원 회원
1979년 방송윤리위원회 위원장
1981년 방송위원회 위원장
1986년 예술원 원로회원
2003년 별세(12월9일)

 


 

 

이슬

이슬이
밤마다 내려와
풀밭에서 자고 가지요.

이슬이
오늘은 해가 안 떠
늦잠이 들었지요.

이슬이 깰까 봐
바람은 조심조심 불고
새들은 소리 없이 날지요.

 

 

 

시원섭섭



몇 장 안 남은 공책

다 쓰고 보니

시원섭섭해요.


몇 개 안 남은 대추

다 따고 보니

시원섭섭해요.


몇 잎 안 남은 잎새

다 지고 보니

시원섭섭해요.

 

 

 

 채송화



비가 뚝 그쳤어요.

해가 났어요.


뜰 앞에서 채송화가

울다 웃는 아기처럼

눈물이 맺힌 채로

방글방글 웃어요. 

 

 흙 손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영감님을 만났네.

"어른 앞에 뒷짐을 지다니,

허, 그놈 버릇 없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뒷집 애를 만났네.

"얘

먹을 거냐? 나 좀 다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삽살이를 만났네.

"뒤에 든 게 돌멩이지?

달아나자 달아나."

 

 


 

편지



가뿐한 편지 속에 무거운 사연

묵직한 편지 속에 가벼운 사연

집집에 편지를 도르면서

우체부 아저씨 걸어간다.


무더운 여름에 차디찬 사연

떨리는 겨울에 따뜻한 사연

집집에 편지를 도르면서

우체부 아저씨 걸어간다.


산 하나 넘어온 길다란 사연

먼 바다 건너온 짤다란 사연

집집에 편지를 도르면서

우체부 아저씨 걸어간다. 

 환합니다



방안이 방안이 환합니다.

하얗게 도배를 했어요.


마당이 마당이 환합니다.

활짝 꽃들이 폈어요.


울 아기 얼굴이 환합니다.

두 번이나 세수를 했어요.


 

 

 

퐁당 퐁당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 대로 퍼져라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연못 속



연못 속으로

사람이 거꾸로 걸어간다.

소가 거꾸로 따라간다.

나무가 거꾸로 쳐다본다.


연못 속에는

새들이 고기처럼

헤엄쳐 다닌다.


구름이 방석처럼 깔려 있다.

해님이 모닥불처럼 피어 오른다.

 

 

얼마만큼 자랐나



밤 새에 꽃나무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아장아장

꽃밭으로 가보네.


밤 새에 병아리가

얼마만큼 자랐나,

아기가 갸웃갸웃

닭의 어리 엿보네.


밤 새에 우리 아기

얼마만큼 자랐나,

해님이 우리 마당

밝게 비춰 보시네.

 

 

 

 

 

 

 

 

구름 배가 둥둥


하늘에 떴네

 

돛단배가 둥둥


바다에 떴네

 

구름배는 둥둥


구름 섬으로

 

돛단배는 둥둥


푸른 섬으로

 

 

 

 

 

개구리

 

                          

개굴개굴 개굴 개굴개굴 개룰

 

물논에서 개구리 떠드는 소리

 

두고 봐라 내일 갠다

 

개굴개굴 개굴 개굴 개굴 개굴

 

내기 할까 개굴개굴 개굴

 

내일 날씨 가지고 서로 다투네

 

 

달맞이 가자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비단 물결 남실남실 어깨춤 추고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면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아가야 나오너라 냇가로 가자

달밤에 달각달각 나막신 신고

도랑물 쫄랑쫄랑 달맞이 가자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 끈에 딸랑딸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곱게 빗겨 줬으면

 

 


 

새나라의 어린이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 나라의 어린이는 서로서로 돕습니다
욕심쟁이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 나라의 어린이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서로 믿고 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 나라의 어린이는 쌈을 하지 않습니다
정답게들 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새 나라의 어린이는 몸이 튼튼합니다
무럭무럭 크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기찻길옆 오막살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잔다


칙폭칙칙폭폭 칙칙폭폭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잔다



기찻길 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큰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큰다

 

 

 

 

기러기

 

 

달 밝은 가을 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산 넘고 물을 건너 머나먼 길을


훨훨 날아 우리 땅을 다시 찾아왔어요


기러기들이 살러 가는 곳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고향땅

 

 

 

1.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푸른 하늘 끝 닿은 저기가 거긴가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2. 고개 넘어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 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아기와 새해

 

 

엄마 얼굴도 아빠 얼굴도

언니 얼굴도 어저께 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냐

 

방 세간도 마루 세간도 장독대도

어저께 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야

 

저 나무도 저 산도 저 하늘도

어저께 하고 마찬가진데

무엇이 새해야.

 

아가 

그 전엔 그런 생각을 안 하더니

오늘은 네가 왠일이냐

옳아! 

네 생각이 그만큼 자랐구나

 

 

 

 구름


달달달달
아기 수레.

엄마는 뒤에서 밀고 오고
아기는 편안히 누워 가고

송이송이 흰 구름은
하늘에 둥둥 떠서 가고.

아기가 한잠 자고 나 봐도
구름은 둥둥 떠서 가고.

아기가 또 한잠 자고 나 봐도
엄마는 뒤에서 밀고 오고

잘도 잘도 굴러 간다.
달달달달 수레바퀴.

 

 

 

 

나는 다 알아요
 

                   엄마가 부러 성을 내셔도
                        나는 나는 다 알아요.

                   먹기 싫다고 나를 주셔도
                    나는 나는 다 알아요.

 

               춥지 않다고 윗목에 누우셔도
                     나는 나는 다 알아요.


 

 꽃봉오리

 

 

웃음을 참는 누나처럼

입을 다문 꽃봉오리

 

낮에는 해님이 부끄러워

소리를 내어 웃지 못하고

 

밤에는 달님이 부끄러워

소리를 내어 웃지 못하고

 

아무도 아무도  안보는 새에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황새


황새야
너는 다리가 길어서 
몸이 젖지 않아 좋겠구나

황새야
너는 주둥이가 길어서
젓가락이 없어도 좋겠구나

 

 

엄마손

 

 

                               엄마 손은

                                  약손,

                          아픈데를 만져 주면

                                  대번 낫지요.


                                엄마 손은

                                 저울 손,

                         노나 준 걸 대보면

                                 똑같지요. 

 

 

 

달 따러 가자 

 

 

1,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가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2, 저 건너 순이네는 불을 못켜서
밤이면은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다가 달아 드리자

 

 

 

 

동무들아 오너라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 동무 밤에는 달 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비 오면 비 동무 눈 오면 눈 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어깨동무

 

 

 

 

겨울엄마


내 옷 어디 갔어?

옳아, 차거울까봐

엄마가 자리 밑에 넣어 두셨구나.

내 밥 어디 갔어?

옳아, 식을까봐

엄마가 포대기로 싸 놓으셨구나.

내 신 어디 갔어?

옳아, 발 시릴까봐

엄마가 아궁이 앞에 놔 두셨구나.

엄마 어디 갔어?

옳아, 얼음길 조심조심

물을 길으로 가셨구나.

추위에 튼 엄마 손

오늘 밤도 두 손으로

꼬옥 쥐고 잘테야.


 

엄마 앞에서 짝짝궁 

 

 

 

엄마 앞에서 짝자꿍

 

  아빠 앞에서 짝자꿍

 

  엄마 한숨은 잠자고

 

  아빠 주름살 펴져라

 

 

 해님 보면서 짝자꿍

 

  도리도리 짝자꿍

 

  우리 엄마가 웃는다

 

   우리 아빠가 웃는다

 

담모퉁이

 

                        

담모퉁일 돌아가다가

수남이하고 이쁜이하고 마주쳤습니다.

 

쾅!

이마를 맞부딪고 눈물이 핑......

 

 

울 줄 알았더니 하하하.

얼굴을 가리고 하하하.

울상이 되어서 하 하 하.

 

 

 

 초승달

 

 

 

달달 초승달로


무얼 만들까?


달달 초승달로


낫을 만들지


달달 초승달로


무엇을 만들까?


달달 초승달로


활을 만들지

 

 

 

 

공장 언니의 추석

                         

                    

팔월에도

 

보름날엔

 

달이 밝건만

 

우리 언니

 

공장에선

 

밤일을 하네.

 

 

 

공장 언니

 

저녁밥을

 

날라다 주고

 

휘파람

 

불며 불며

 

돌아오누나.

 

 

 

 아침 해

 

 


      타버린 집터에

      판장으로 만든

      집이 한 채 있었다.

      추운 겨울 이른 새벽

      찬 방에서 자고 난 아기가 나와

      거적문 앞에 앉아 있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를 보고

      지나가는 영감님이 물어 보았다.

      “아가, 

      아빠 기다리니?”

      아기는 고개를

      옆으로 살래살래.


      입술이 새파란

      아기를  보고

      지나가는 마나님이 물어 보았다.

      “아가,

      엄마 기다리니?”


      아침 해가 불끈 솟자

      아기는 손뼉 치며 좋아하였다.

      “야아, 인제 떴다아!”


      따뜻한 해가

      아침마다 떠서는

      꽁꽁 언 아기 몸을

      녹여 주었다.

 

 

 

 

아침까치

 

 

날이 밝자 찾아와서

 

우리 잠을 깨워주는

 

아침 까치 아침 까치

 

그 얼마나 고마우냐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 나라 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 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설렁탕 집으로 한 소년이
신문을 팔러 들어왔다.

"얘, 어제 신문 있니?'
"어제 신문요? 건 해 무엇하세요?"
"좀 볼 게 있어 그런다."
"집에 한 장 남았는데, 가서 가져올까요?"
"오냐 좀 그래 다우."
"그럼 곧 다녀올께요?"

설렁탕 한 그릇을 다 먹고 나서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툭툭 털고 마악 일어나려니까
그제서야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들어왔다.

소년은 숨이 차서 말했다.
"가 보니까요 어디로 갔는지 없어요."
그는 이 말 한마디를 하려고 달려온 것이었다.


 

 

                  스승의 날 노래 



                      수레의 두 바퀴를 부모라 치면

                      이끌어 주시는 분 우리 선생님


                      그 수고 무엇으로 보답 하리까

                      그 은혜 두고두고 어찌 잊으랴


                      스승의 가르침은 마음의 등대

                      스승의 보살핌은 사랑의 손길


                      오월에도 보름 날로 날을 받아서

                      세종날을 스승의 날 삼았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걱정 안끼쳐

                      기쁘게 해드리자 우리 선생님


                      스승의 가르침은 마음의 등대

                      스승의 보살핌은 사랑의 손길

 

 

 자장가


방울소리 짤랑 짤랑 우리 아기 깨겠네

나귀 목에 나귀 목에 솔방울을 달아라

우리 아기 예쁜 아기 잘도 자네 자장 자장


삽살개가 콩콩콩콩 우리아기 깨겠네

버들버들 강아지야 네가 네가 문봐라

우리 아기 예쁜 아기 잘도 자네 자장 자장

뻐꾹시계 뻐꾹뻐꾹 우리아기 깨겠네

해바라기 꽃시계를 앞마당에 심어라

우리 아기 예쁜 아기 잘도 자네 자장 자장


 

 

 먼길

 

 

아기가 잠드는 걸

 

보고 가려고

 

아빠는 머리맡에

 

앉아 계시고

 

 

아빠가 가시는 걸

 

보고 자려고

 

아기는 말똥말똥

 

잠을 안 자고

 

 

 

 

무궁화 행진곡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꽃


피고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너도나도 모두 무궁화가 되어


지키자 내 땅 빛내자 조국


겨레아름다운 이 강산 무궁화


서로 손잡고서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은 무궁화다.

 

 

 

 

어린이날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꽃 길

 

 

 

학교 길에 꽃을 심어

 

꽃길 만들자.

 

꽃길은 울던 애도

 

눈물 닦고 가는 길.

 

꽃길은 다투다가

 

웃으면서 가는 길.

 

학교 길에 꽃을 심어

 

꽃길 만들자.

 

동네 길에 꽃을 심어

 

꽃길 만들자.

 

꽃길은 우체부도

 

다리쉬어 가는 길.

 

꽃길은 할머니도

 

맘이 젊어 지는 길.

 

동네 길에 꽃을 심어

 

꽃길 만들자.

 

 

 

 

 

우산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검정 우산  찢어진 우산



좁 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옥수수 하모니카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 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 솔라시도 소리가 안나

 


도미솔도 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도깨비 열두 형제           


 새 집으로 이사 온 날

 비 오고 바람 불고 천둥 하던 밤.

 뒷 산에 뒷 산에 도깨비가 나와,

 우리 집 지붕에 돌 팔매 질 하던 밤.


 덧 문을 닫고 이불을 쓰고,

 엄마하고 나하고 마조 앉아 덜덜 떨더가,

 잘랴고 잘랴고 마악 들어누면 또,

 탕 탕 떼구루루- 퉁!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래도,

 탕 탕 떼구루루- 퉁!

 

 이튿 날 아츰,

 뒷 산에 뒷 산에 가 보니깐,

 복숭아 나무 썩은 열매가

 바람에 불려 떠러저서,

 탕 탕 생철 지붕을 치고는,

 떼구루루 굴러내려 땅으로 퉁!

 그래서 밤 새도록

 탕 탕 구루루- 퉁...... .


 내려가 세보니깐 모두 열두개!

 그 복숭아 열두 개를 망태에 담아

 동네 방네로 매고 다니며 구경시켰죠.

 비오는 밤이면은 들어앉았던 동네 사람들한테

 내가 잡은 도까비 열두형제를 끄내보였죠.

 그 뒤로는 그 뒤로는,

 우리 마을 겁쟁이 다 없어졌어요.

 물 건너 민 생원, 등 너머 허 선달,

 이젠 캉캄한 밤이라도 막 뽐내고 다니죠.

 

 

 

 

 

꽃밭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가을밤

                       

 

문틈에서

드르렁 드르렁

 

누구요?

문풍지예요

 

창밖에서 

 바스락 바스락

거  누구요?

 

문구멍으로

기웃 기웃

 

누구요?

달빛이예요.

 

 

 

 이슬비 색시비

 

 

이슬비 색시비

 

부끄럼쟁이

 

소리없이 몰래

 

내려오지요

 

 

이슬비 색시비

 

곱고 곱지요

 

빨강 꽃에 빨강 비

 

파랑 잎에 파랑 비

 

 

기러기

 

 

달 밝은 가을 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산 넘고 물을 건너 머나먼 길을


훨훨 날아 우리 땅을 다시 찾아왔어요


기러기들이 살러 가는 곳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는 알고 있겠지

 

 

 

 

소 

 

 

아무리 배가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

 

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

 

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 소.

 

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우는 소.

 

         

태극선

 

 

 

부채 속에 빨강 바람 들어 있어요.


부채 속에 노랑 바람 들어 있어요.


부채 속에 파랑 바람 들어 있어요.

 

 

빨강 바람 해 바람 하늘 바람이고요


노랑 바람 꽃 바람 땅 바람이고요


파랑 바람 물 바람 바다 바람이지요.

 

 

부채 속에 하늘이 들어 있어요.


부채 속에 땅덩이 들어 있어요.


부채 속에 바다가 들어 있어요.

 

 

 

봄바람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잔디밭엔 새싹이 파릇파릇 나고요



시냇물은 졸졸졸 노래하며 흐르네





2. 솔솔 부는 봄바람 얼음을 녹이고



먼 산머리 아지랑이 아롱아롱 어리며



종다리는 종종종 새봄 노래합니다


 

 

  넉 점 반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니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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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백합 정원
글쓴이 : lil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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