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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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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포니에 대해서
폴리포니는 그레고리오 성가 다음으로 오래된 아름답고 영성적인 성가입니다.
악기와 함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악기가 없는 인간의 목소리로만으로 연주되어
그레고리안 찬트와 함께 인간의 소리만으로 연주되는 최고의 음악이자 가장 영성적인 기도입니다.
이 시대의 작곡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인간의 소리로 표현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주님께 봉헌하였는데
40성부의 곡도 있는 걸 보면 최소한 40명이 각 파트 연주하여야 하는데..
상상만해도 참 대단합니다.
폴리포니는 한 동안 잊혀졌다 1970년대부터 뜻있는 음악학자와 지휘자를에 의해서 복원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저변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폴리포니가 국내 보급이 어려운 요인을 생각해보면..
1. 폴리포니는 많지 않은 수의 단원으로 연주해야 하므로 울림이 좋은 공간이 필요한데 성전 건축에서
음향을 고려하지 않는 국내 실정으로 울림이 좋은 성당을 찾기가 쉽지 않는 점도 가톨릭의 보배인
폴리포니가 성음악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이 되는 듯 합니다.
2. 또한 어릴 때 부터 호모포닉에 길들어져 폴리포니에 대한 생소한 부분 또한 많은 보급에 애로 요인이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3. 연주하는 측면에서 무반주로 정확한 음정,피치로 연주해야 하므로 폴리포니 성가로의 접근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할 듯 합니다.
4. 폴리포니는 중세 이후 잊혀졌다 1970년에 다시 복원되어 연주되다 보니 폴리포니의 연주에는
정립된 부분보다는 계속 연구되어져야 하는 학구적인 작업이 상당히 요구되며 또한 전문으로
가르치는 곳이 국내에는 없고 외국에도 많지 않아 접근에 많은 애로가 되는 듯 합니다.
5. 국내의 경우 어렵게 폴리포니 전문 연주단체가 만들어지더라도 음악의 전문성 부재, 인식의 부재,
단원 확보난, 폴리포니를 사랑하는 청중의 부재 등 여러 요인으로 지속적인 성장 보다는 유지에
급급하거나 폴리포니를 포기하고 연주 장르를 바꾸거나 해체되어는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요인으로 폴리포니가 가톨릭교회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인 폴리포니는 유지되어야 하고 교회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1. 성음악을 하는 성가대나 전문 연주단체에서 조금씩이라고 꾸준히 폴리포니를 전례에서 또한
연주회에서 연주곡으로 선정하여 아름다운 성가로 봉헌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무반주가 어려우면 반주와 함께 하더라도 시도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2. 교회내에서 특히, 성가대와 성음악을 연주하는 단체에서 폴리포니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연주하는 성가대와 전문단체에 대한 많은 격려와 응원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3. 그 외 근본적인 성당의 음향을 고려한 설계, 교육 등도 함께 발전되어야 할 듯 합니다.
폴리포니는 사랑하기도 쉽지 않고 지키기도 쉽지 않는 참 어렵고도 외로운 길이지만
그러나 누군가는 지켜야 하고 연주하여야 하고 보급해야 하며 뒤에 올 후배들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보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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