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Deutsche Messe)’ | ||
''단순·소박한 모국어 미사곡의 힘'' | ||
민요처럼 쉬우면서도 경건한 멜로디로 민중의 사랑 받아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 인구 비율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특히 시골에서는 글을 읽을 줄 아는 한 사람이 마을 사람들 모두를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는 일도 많았다. 모국어로 쓰인 글도 읽지 못하는데, 외국어로 된 글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글을 읽을 줄 알거나 남들이 모르는 언어를 안다는 것은 곧 권력을 의미한다. 글을 아는 사람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책의 내용을 마음 내키는 대로 바꿔서 읽어주기도 했고, 편지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일러줘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16세기에 마르틴 루터가 모국어인 독일어로 번역하기 이전에는 독일 사람들 대부분이 성경을 읽을 수 없었다.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한 학자들 말고는 라틴어, 그리스어, 히브리어를 해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이 독일어로 번역되면서 성직자와 학자들의 독점적 권력이 흔들리게 됐다. 그때부터 민중은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성경 말씀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교회의 가르침에 때로는 회의를 품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가 작곡한 '독일 미사 Deutsche Messe, D.872' 역시 이와 비슷한 예가 된다. 슈베르트의 여러 미사곡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이 작품은 라틴어가 아니라 독일어 가사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바로 앞 시대의 고전주의 예술가들과는 달리, 슈베르트 시대의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했고 모국어에 각별한 애정을 지녔다. 그래서 라틴어나 다른 외국어 서적들이 독일어로 번안되었고, 슈베르트 역시 그런 시대 조류의 영향을 받아 앞 시대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보다 적극적으로 독일어 가사를 성가에 사용했다. '사람들이 뜻도 제대로 모르는 라틴어가 아니라,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꿈꾸며 일상의 삶 속에서 온종일 쓰고 있는 독일어로 성가를 만들자. 그러면 그 가사가 노래 부르는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더욱 신앙심이 깊어질 거야.' 슈베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독일 미사'의 가사를 쓴 사람은 빈 대학의 물리학 교수 노이만(Johann Philipp Neumann, 1774~1848)이었다. 노이만은 '독일 미사'를 위해 모두 여덟 곡의 가사를 썼고, 그 순서는 미사 전례를 따른다(미사 시작 - 영광송 - 복음환호송 - 봉헌 - 거룩하시도다 - 성체성사 - 하느님의 어린 양 - 파견성가). 그러나 이 가사는 라틴어 미사 전례집에 들어 있는 가사를 고스란히 독일어로 옮긴 것이 아니고, 상당 부분이 노이만의 자유로운 창작으로 채워져 있다. '가톨릭 성가'에는 이 '독일 미사' 전곡이 우리말 가사로 번역되어 들어 있는데, 이는 미사 때 자주 불리는 성가들이다('가톨릭 성가' 329~336번). '미사 시작'이라는 제목의 성가는 성가집 안에도 여러 개가 있지만, 특히 이 '독일 미사'에 수록된 슈베르트의 작품은 간결하고 소박하면서도 마음에 깊이 와 닿는 곡이다. "기쁨이 넘쳐 뛸 때 뉘와 함께 나누리 슬픔이 가득할 때 뉘게 하소연하리 영광의 주 우리게 기쁨을 주시오니 서러운 눈물 씻고 주님께 나가리" 동네 성가대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하던 어린 슈베르트를 아버지는 당시 빈 궁정악장이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에게 선보였고, 살리에리는 슈베르트의 재능을 인정해 그를 궁정 소년 합창단 단원으로 받아들였다. 이 시기부터 교회음악 레퍼토리에 익숙해진 슈베르트는 스스로 작곡을 시작하게 되자 미사 전례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기울였다. 하느님을 찬미하려는 그의 간절한 욕구과 깊은 신앙심은 그 자신이 쓴 메모와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신앙과 더불어 인간은 이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신앙은 판단력과 지식에 앞선다. 어떤 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것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슈베르트의 1824년 3월 28일 일기에서) 슈베르트 시대 로마 가톨릭교회는 라틴어를 자국어로 번역해 행하는 미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오스트리아에서는 라틴어 미사 텍스트를 독일어로 바꿔 노래하는 이른바 '민족 미사'가 하이든 시대부터 존재해왔고, 슈베르트는 자신의 '독일 미사'로 그 전통을 확실히 굳힌 셈이다. 작곡이 완성된 1827년 주교구 행정청은 이 '독일 미사'의 공연을 허가했지만 성당에서 미사시간에 연주하는 것은 금지했다. 그 뒤 슈베르트 서거 100주기를 맞는 1928년이 되어서야 오스트리아 주교회의는 공식적으로 이 작품을 미사 때 연주하는 일을 허가했다. 100년 동안이나 미사 전례음악으로는 사용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독일 미사' 성가들은 민요처럼 부르기 쉬우면서 경건한 멜로디 덕분에 꾸준히 민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언제나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 아름답고 오래 간다. 음악평론가 이용숙(안젤라)씨 Tip 미사곡이란 글자 그대로 미사 전례를 위한 가톨릭교회 음악이다. '…교회음악산책'에서는 기욤 드 마쇼의 '노트르 담 미사'를 통해 미사곡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 바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전환점에 선 마쇼의 미사곡을 계기로 조스캥 데 프레, 팔레스트리나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유명 미사곡들을 만들어냈다. 또 바로크 시대 이후 교회음악에도 오케스트라가 채용되면서 미사곡은 독창 뿐 아니라 중창과 합창도 곁들인 풍성한 연주로 변화했다. 특히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구노 등의 작곡가들이 대형 곡을 만들어내면서 미사곡은 전례용 외에 연주회용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됐다. 미사곡 중 고유미사곡이란 입당송이나 화답송, 복음환호송, 영성체송 등 미사마다 변하고 또 교회력에 따라 생략되기도 하는 미사 고유문을 음악화한 것이다. 통상미사곡은 전례력에 따라서도 그 내용이 변화하지 않는 대영광송과 거룩하시도다, 하느님의 어린 양 등 5가지 통상 기도문을 가사로 한 음악을 일컫는다. 음악 양식에 따라서는 '그레고리오 미사곡'과 '다성부 합창 미사곡', '자국어 가사에 의한 단성부 개창 미사곡' 등으로 나뉜다. 특히 '자국어 가사에 의한 단성부 개창 미사곡'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신자들의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독려함에 따라 널리 보급됐다. 슈베르트와 하이든 등이 자국어로 쓴 미사곡도 이 종류에 포함된다. 슈베르트의 독일미사를 담은 음반으로는 볼프강 자발리쉬의 지휘, 바이에른 방송합창단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1986년 녹음된 것(EMI)이 유명하다. 우베 크리스티안 하러가 지휘하고 빈 소년합창단과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음반(필립스, 2002년)도 추천음반으로 꼽힌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holictimes.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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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미사곡과는 달리 독창자를 전혀 두지 않고 미사 예전의 사이사이에 성가대와 회중에 의해서 노래되는 합창만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다분히 프로테스탄트 종교 음악에 가까운 작품이다. 즉, 회중성가(會衆聖歌) 혹은 칸타타에 가까운 성격과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칸타타에 가깝다는 것은 노래 부르기 쉽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마틴 루터에 의해서 착상되고 시작된 프로테스탄트의 코럴에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칸타타에 가까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매우 호모포닉(Homophonic)할뿐 아니라 유절형식(有節形式)의 가곡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슈베르트의 음악이 들려주는 공통적인 성격인 동시에, 개신교 음악의 구조와도 거의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같은 성격과 구조는 당시 노이만(Neumann)이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는 친화력 높은 교회음악을 쓰자는 캠페인 이념을 철저하게 반영시킨 결과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 미사'라고는 하지만 마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서에 의해서 대본이 작성된 것은 아니고 요한 필립 노이만(Johann Phillipp Neumann, 빈 공업 학교 물리학 교수)이 쓴 텍스트(Text)를 채택한 독일어 미사곡이다. 교회음악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대중적 친화력을 갖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쳤던 노이만은 슈베르트에게 오페라 '사쿤탈라'의 대본을 써주고 그 인연으로 서로 가깝게 지내게 된 인물이다. 도이치 미사를 작곡하게 된 것도 노이만의 권유에 따른 것인데, 그는 평소 자기의 소신을 구체화시킬 것을 슈베르트에게 요구하는 대가로 대본을 쓰고 작곡료를 지불했다. 독일인들에게 쉽고 친밀한 종교음악을 제공하자는 운동은 노이만 이전에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그 결과 모차르트는 2개의 교회용 가곡 '오오, 하느님의 양'K.343, '이스라엘의 백성'K.336c를 써서 이 운동에 호응했고, 미하엘 하이든(Michael Haydn, 1737∼1806)도 대중적 친화력을 염두에 둔 독일 미사곡을 썼다.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곡은 두 종류의 사보(寫譜)가 있다. 제1 사보는 불완전한 내용으로 남아 있는데 슈베르트의 형인 페르디난트가 쓴 것으로 여겨지는 '미사의 성봉헌(聖奉獻) 제례를 위한 성악곡 및 부록, 주의 기도'라는 구절이 남아있다. 한편, 슈베르트가 직접 정서한 제2 사보엔 그저 '미사' 라고만 적힌 것과 페르디난트의 경우와 같은 '미사의 성봉헌 ---'이라고 적힌 것이 있다. 1870년, 빈의 고트하르트 출판사가 출판한 악보는 제2 사보에 의한 것인데, 여기엔 '독일 미사곡, 부록 주의 기도' 라는 표제가 붙여졌다. 물론 이때는 작곡자는 이미 고인이 됐으니 독일 미사라는 제명은 슈베르트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미사 전례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의 오스트리아 정부에 의해서 교회에서 연주되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슈베르트의 작곡 의도는 전통적인 미사 전례에 대응하도록 9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화력이 높다는 이점이 있어서 오늘날에 와서는 그 어떤 미사곡보다도 이 작품이 널리 연주되고 있다. 편성 : 혼성 4부 합창, 오보 2, 클라리넷 2, 파곳 2, 혼 2, 트럼펫 2, 트럼본 3, 오르간, 콘트라바스 ** 악곡의 구성 및 가사 내용 제1곡 / 입제문을 위해, Zum Eingang 통상적 미사곡의 기리에(Kyrie)에 속하는 곡이긴 하지만 매우 온화한 악상을 지니고 있다. "고통에 번민하는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은가. 내 마음이 즐거움에 떨 때 그것을 누구에게 알릴까. 오, 주여, 나는 즐거움과 번뇌 속에서 당신 곁에 왔고 당신은 더한 기쁨을 주시고 모든 번뇌를 제거해 주십니다" 제2곡 / 글로리아를 위해서, Zum Gloria 통상적 미사의 글로리아와 매우 흡사한 부분이다. "높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께 영광. 천사들은 높은 곳에 계신 하느님께 영광 있으라 찬양한다. 땅의 우리들도 또한 찬양한다. 나는 다만 기뻐하고 놀랄 뿐이다. 세계의 주여, 높은 곳에 계시는 하느님께 영광 있으라" 제3곡 / 복음송과 크레도를 위해서, Zum Evagelium Und Credo 일반 미사의 복음송과 크레도(credo)를 통합한 셈인데 가사의 내용은 비교적 독창적이다. "성스러운 말씀 후에도 아직 거기에선 천지창조는 형태를 이루지 않고 있었다. 주께서 그때 '빛이 있으라' 하셨다. 주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빛이 생겼다. 그리고 생명이 활동을 시작하고 질서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찬미와 감사가 높이 울려 퍼졌다." 제4곡 / 봉헌송을 위해서, Zum Offertorium 온화한 음악성이 전곡을 지배하고 있는 3절로 된 유절형식의 작품이다. "주여, 당신은 나에게 존재와 생명을 주시고 당신의 가르침에 하늘빛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티끌 같은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다만 감사할 뿐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는 복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에 대해서 당신은 오직 사랑만을 바라고 계십니다. 그리고 나의 감사에 찬 기쁨은 나의 생명 바로 그것입니다." 제5곡 / 쌍투스를 위해서, Zum Sanctus 2절로 구성된 코럴풍의 악곡으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부분이다. 이 곡만 따로 떼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으며, 음반도 이 곡만 발췌되는 경우가 많다. "거룩하신 주여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함께 영원하십니다." 제6곡 / 성변화(聖變化) 뒤에, Nach Der Wandliung 서정성 풍부한 참으로 슈베르트다운 악곡이다. "오, 나의 구세주여, 당신의 은혜와 선을 생각하면서 당신이 사랑하신 동료들과의 최후의 만찬에서 또한 내 앞에 당신이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빵을 자르고 잔을 들어 '이것은 내 몸이며 피이다. 이것을 먹고 마시며 나의 사랑을 기억하라. 그것을 똑같이 바치라'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제7곡 / 아뉴스 데이를 위해서, Zum Agnus Dei 민요적 성격이 매우 강한 4절로 구성된 유절 형식의 악곡이다. "나의 구세주, 주님이시며 스승이십니다. 당신의 말씀은 자애로우며, 이전에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오, 어린양이여, 평안이 너와 함께 있으라. 너는 몸을 바쳐 인간의 무거운 죄를 메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자비와 사랑으로 당신의 평화를 저들에게 주시옵소서." 제8곡 / 종결의 찬가, Schlussgesang 역시 민요적 성격이 강하고 편성의 변화를 통해서 대비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악곡이다. "주여, 당신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었나이다. 내 가슴은 맑게 울립니다. 이 세상 밖에서 살더라도 나에겐 천상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곳에도 틀림없이 주가 계십니다. 어디서든 어느 때든 모든 곳이 당신의 궁전, 거기에서 내 마음을 깊은 신앙으로 당신에게 바칩니다. 주여, 나에게 축복을. 우리들 생애에 축복을. 우리들의 모든 행동과 일이 신앙의 찬미의 노래이기를" 제9곡 / 부록, 주의 기도, Anhang, Das Gebet Des Herren 코럴풍의 작품으로 4절의 유절형식을 취하고 있다. 라틴어 전례문 가운데 '우리들의 아버지, Pater Noster'를 모방하고 있다. "당신의 힘과 위대함 앞에서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이름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만, 당신에게 알맞은 어떤 이름을 부르고 당신을 찬양하면 좋을까요. 나는 복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서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어린이와 같은 기쁨의 신뢰로 나는 나의 창조자이신 당신 에게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
출처 : 둥지-미카엘2
글쓴이 : 미카엘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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