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수필·詩

[스크랩] Sigmund Groven

schubert 2012. 10. 24. 17:56

 

 

 

 

 

 

 

 

 

  


     별 헤는 밤       

          
         / 윤동주(尹東柱 1917∼1945)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별초롱꽃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