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피천득
봄 - 피천득
"인생은 빈 술잔, 카펫 깔지 않은 층계,
사월은 천지와 같이 중얼거리고 꽃뿌리며 온다."
이러한 시를 쓴 시인이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렇게 읊은 시인도 있다. 이들은 사치스런
사람들이다. 나같이 범속한 사람은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띄우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이나 조각을 들여다볼 때
잃어버린 젊음을 안개 속에 잠깐 만나는 일이 있다.
문학을 업(業)으로 하는
나의 기쁨의 하나는
글을 통하여 먼 발자취라도
젊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젊음을 다시 가져 보게 하는 것은 봄이다.
피천득의 수필 <봄> 중에서
'아름다운 수필·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리셀베르그(Theo Van Rysselberghe, 1862-1926) / 사이 (0) | 2012.04.10 |
---|---|
[스크랩] 가을은 . . .Tribute / Yanni (0) | 2012.03.30 |
[스크랩] 팜므 파탈! Klimt의 여인들 (0) | 2012.01.21 |
[스크랩] Re:시그널의 원조곡. 60년대 수많은 사연들을 전했던 곡 ~~~ (0) | 2012.01.19 |
박완서 작가님과의 대담(YTN 주동원 앵커) (0) | 2011.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