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mabe no Uta(Song of the Seashore)
해변의 노래
미샤 마이스키가 첼로로 연주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는 ‘해변의 노래’라는 이 곡은 나리타 다메조(成田為三, 1893-1945)란 일본 작곡가의 작품입니다. 애조 띤 선율이 첼로의 음색과 잘 어울리죠. 심금을 울립니다. 그런데 제게는 그러한 감상(感傷)과는 또다른 비감(悲感)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이 노래에는 슬픈 역사가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1918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작곡자가 추억으로 새겨진 지난날의 여정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작곡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정조(情調)를 담아 오랫동안 불렀었지요. 그러다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에 리코란(李香蘭)이 이 노래를 불러 참전 중국 병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리코란은 본명이 야마다 요시코(山田淑子)인 일본인으로 중국인 행세를 한 가수인데, 이 노래를 중국 병사들을 향해 부른 데는 그들을 위무하기보다 사기를 떨어트리려는 목적이 숨어 있었죠. 리코란은 일본 군부가 위장시킨 첩자였거든요. ‘동양의 마타하리’였던 셈이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노래는 사케 술 한 잔 들이켜고 조종간도 없는 비행기를 탄 가미가제 특공대의 젊고 어린 일본 병사들의 영혼을 달래는 노래가 되었고 미드웨이 해전에서 수장된 수많은 일본 해군 병사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 되었습니다.
종전이 되고 그 후 오랫동안 묻혀 있던 이 노래가 다시 부활하여 많은 사람들이 듣고 부르게 된 데에는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연주의 공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일본 소학교(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정도니까요. 하나의 노래가 겪은 운명이 파란만장합니다. ‘Hamabe no Uta’는 ‘浜辺の歌’의 일본어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이고 그 뜻이 ‘해변의 노래’입니다. 다음은 가사 1, 2절입니다.
해변의 노래
1.
이른 아침 바닷가를 걷노라면
그리워라 지나간 날들 바다 위를 나네
바람소리 따라 구름이 피네
물결 이는 대로 춤추네 햇살에 반짝이네
2.
저무는 저녁 해변을 걷노라면
맑고 고운 그대 얼굴 수평선에 비치네
밀려오는 그대 사라지는 그대
별빛 되어 깜빡거리네 달빛 타고 흐르네